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생각노트/Connect the Dots

중고신입의 후회

리얼밸류 2022. 3. 6. 22:12

첫 직장을 다니며 '더 나은 곳이 있지 않을까?', '여기가 최선일까?' 수업이 되뇌었지만 답을 내리기 어려웠다. 첫 인턴 이후 바로 풀타임으로 전환이 된 것이기에 충분한 경험 데이터가 없었다. 먼저 직장생활을 경험한 학교 선배들에게 조언을 구하였다.

 

"경력을 살리려면 3년은 채우고 그만둬야 한다"

"영 아닌 것 같으면 다시 신입으로라도 옮겨라"

 

다 다르지만 맞는 이야기를 해주셨다. 사실 이런 문제에 정답을 말해줄 누군가는 없다. 비슷한 경험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가 실마리가 될 수는 있다. 하지만 내 일이고 내 인생이기에, 내가 직접 경험해봐야만 안다. 직장을 옮긴다면 조금 더 '과학적인' 업무를 하고 싶었다. 그러다 신용평가모형을 공부하면서 알게 된 CB(Credit Bureau) 기업 한 곳에 지원을 하였고 운이 좋게도 합격을 할 수 있었다.

 

CB기업들은 여신상품을 판매하는 금융회사들의 신용평가모형 개발과 컨설팅 용역을 제공하는데, 대체로 이공계 석박사 출신들로 이루어진 조직이 이 업무를 담당한다. 나는 이곳에서 근무하며 모델링 역량을 기르고 싶었다. 기본적으로 컨설팅 '용역'이기에 업무 강도가 상당히 높고 보수적인 조직문화를 가졌지만, 조금 더 '과학적'인 일을 하며 실력을 쌓을 수 있다면 괜찮다고 생각했다.

 

그런데 이게 웬걸. 내 계획은 입사 첫 달부터 어그러지기 시작했다. 내가 배치받은 부서는 컨설팅 업무를 수행하기는 했지만 영업관리도 함께 하는 곳이었고, 운이 나쁘게도 내가 입사한 해에는 컨설팅 수주가 잘 되지 않았다. 엉겁결에 영업관리가 내 주 업무가 되었다. 

 

조직이 크지 않았기에 CS부터 마케팅까지 직접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. 가장 힘들었던 건 민원 전화를 직접 받는 일이었다. 신용정보사업 특성상 정보 제공 주체가 제공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고, 이 때문에 발생하는 민원들이 많았다. 종종 악성 민원을 겪고 나면 당장이라도 회사를 그만두고 싶었다. 

 

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이직한 회사의 연봉이 상당히 높았고, 2년만 버티면 대학원 진학을 위한 자금을 충분히 마련할 수 있을 것 같았다. 월급날만을 바라보며 하루하루를 견뎠지만 기쁨은 잠시 뿐이었다. 이때 나는 높은 연봉이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아님을 몸으로 배웠다.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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